리디북스에 있는 e-book 들을 검색하다가, 습지생물학자가 처음 쓴 소설인데 바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해서 흥미가 돋아 구매한 책.
책을 산 지는 꽤 오래됐는데 최근에야 흥미를 붙여서 주말에 단숨에 끝내버렸다.
책 첫머리에 소설의 배경이 되는 습지의 지도가 먼저 나와있길래, 보통 장소에 대한 묘사가 복잡하면, 작가들이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으로 앞에 Index처럼 붙여두는 경우가 많기에 '아 장소가 좀 복잡하겠구나' 약간 겁을 먹고 읽기 시작했다.
습지가 소설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여 묘사가 상당히 자세한데다가, 영어 소설을 한글로 번역한 것이라, 이런 류의 소설을 읽는게 나는 처음에 빠르게 넘어가진 않는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습지 생태에 대한 네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 대본을 읽는 것이 카다시안 패밀리 따라잡기 같은 막장 대화체 중심 리얼리티쇼 번역 대본을 읽는것보다 훨씬 힘든 것처럼)
그래서 보통 이런 책들은 처음에 조금 읽다가, 결국엔 다른 책들에 순위가 밀려서 잊혀지는 책들이 많은데, (그래서 이 책이 영미권에서만큼 한국에서 흥행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의 경우에는 분명히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어느 순간부터 생겨난다.
불우한 가정환경 -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고, 교육에 손 놓은 부모, 야생과 같은 생활 환경 속에서 아이가 자라난다는 점에서는 최근에 읽은 책 'Educated' 와 조금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겨주는 책이다.
1. 글자를 배운 이후 무서운 속도로 책을 독파하며, 그 누구보다도 습지에 대한 높은 이해와 지식을 가지게 된 주인공 카야를 보면서, 흥미 / 필요성 / 체험 위주가 아닌 우리 주입식 교육제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야생에서 배운 친구들은 하나 꽂혔다 하면 저렇게 남다른 전문적인 수준에 도달하는데 - 이런 교육에 대한 생각도 하게 만들고,
2. 아직 인종차별이 '합법'이던 시절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피부색을 뛰어넘어, 가족보다 끈끈한 유대감을 가지고 서로를 편견 없이 도와주는 사람과, 피부는 하얀색일 지라도 선입견을 가지고 본인들과 다르다고 차별하고 소외시키는 백인들을 대조시키면서 인종 차별에 대한 생각도 하게 만들며, 결국에는 이를 뛰어넘은 부모의 자식에 대한 이해와 사랑도 살짝 다루고,
3. 남/녀의 사랑, 그리고 부모/자식간의 관계를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습성과 비유하며 페미니즘에 대한 부분도 아주 살짝 다루면서,
4.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모습을 보여주며, 통쾌한 법정 드라마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고,
5. 또 전혀 예상치못한 반전까지
6. 마지막으로 이런 것들을 다 하면서 동시에 습지에 대해서 평소에 깊게 생각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그 중요성과 아름다움을 알려주고 있다.
적고보니 대단한 소설인 듯 하다ㅎㅎ
개인적으로 영화로 나오면 더 좋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벌써 영화를 찍고 있다고 한다. 개봉하면 보고픈 작품!
책 본문 중에서...
무가치한 남자들이 시끄러운 법이거든. 엄마는 말했다.
카야는 암컷에게 한 가지 위로가 되는 부분도 읽었다. 안하무인의 자연은 부정직한 신호를 발산하거나 이 암컷 저 암컷 전전하는 수컷들은 예외 없이 외톨이가 되게 만들고야 만다.
스커퍼는 자기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그것을 성취할 길을 찾아내고야 마는 아들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자랑스러웠다. 카야도 똑같은 일을 해낸 것이다. 훨씬 높은 장애물을 뛰어넘고.
그런데 테이트와 함께 있어주지 않았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던 걸까? 아들을 응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었다. 그는 발치에 그물을 떨어뜨리고 배를 부두에 버려둔 채 곧장 법원으로 향했다.
오빠가 좀 조용히 하고 자기 내면의 황야에 귀를 좀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오빠한테도 보일 텐데.
이제 성별과 인종을 막론하고 모든 성인이 이 문을 지나칠 수 있었지만, 여자들이 거리에서 음식을 주문할 수 있도록 터놓았던 창문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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